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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립하고 있는 레오 14세 교황이 전쟁을 정당화하는 지도자들을 ‘폭군’으로 규정하며 트럼프에 대한 비판 수위를 더욱 끌어올렸다. 트럼프 행정부가 가톨릭 복지단체 예산을 삭감한 사실이 알려지며 이란 전쟁을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와 가톨릭계의 갈등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교황은 16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순방 중 방문한 카메룬 바멘다에서 “한 줌의 폭군들이 세상을 유린하고 있다”며 “종교와 신의 이름을 군사적,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위해 조작하는 자들에게 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성한 것을 암흑 속으로 밀어 넣는 행위는 모든 양심이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황은 전쟁 수행 과정에서 종교적 수사를 동원하는 지도자들을 정면 겨냥했다. 교황은 “전쟁의 달인들은 파괴는 한순간이지만 재건에는 평생이 걸린다는 사실을 외면한다”며 “살상에는 막대한 돈을 쓰면서 치유와 교육에 필요한 자원은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종교 지도자로서는 이례적으로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최근 이어진 발언 중에서도 수위가 가장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발언은 최근 이란 전쟁을 둘러싸고 트럼프 행정부와 벌여온 갈등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교황은 앞서 피트 헤그세스 장관이 종교적 수사를 동원해 전쟁을 정당화한 데 대해 “신은 손에 피를 묻힌 지도자들의 기도를 거부할 것”이라고 직격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황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맞대응해 왔다. 그는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교황을 겨냥해 “범죄 문제에 나약하고 외교 정책에선 형편없다”고 공격했고, 자신을 예수에 비유한 AI 생성 이미지를 게시해 논란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이날 교황과의 갈등을 완전히 확대하는 데는 선을 그었다. 그는 “나는 교황과 싸우지 않는다”면서도 “교황은 이란이 수만 명을 살해한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이란이 핵 무기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나는 이란이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허위 주장을 펴기도 했다.
둘의 갈등은 정책 충돌로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마이애미헤럴드는 트럼프 행정부가 마이애미 교구 가톨릭 자선단체가 운영해온 이민 아동 보호 프로그램 예산 1100만 달러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수십 년간 이어진 정부-교회 협력 모델로 평가받아왔지만 이번 결정으로 사실상 종료 위기에 놓였다.
현지 교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이애미 대교구의 토마스 웬스키 대주교는 “전문성과 성과를 갖춘 프로그램을 폐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사실상 보복 조치라는 점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