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 시장의 오랜 주류였던 철근 콘크리트 구조를 넘어, 나무로 아파트를 짓는 시대가 국내에서도 막을 올렸다. 화재나 지진에 취약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우려와 달리, 첨단 공학 목재를 활용한 고층 목조 건물은 오히려 기존 건축물보다 안전성과 친환경성 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으며 미래형 건축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고층 목조 빌딩 경쟁 중
최근 글로벌 건축 시장에서는 목조 건물의 층수 높이기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추세다. 현재 세계 최고층 목조 건물은 미국에 위치한 25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어센트 타워'이지만, 올 연말 호주 시드니에 39층 규모의 초고층 목조 빌딩이 완공되면 이 기록도 깨지게 된다.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등 해외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고층 목조 건축물은 이미 새로운 도시 랜드마크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 규제 완화와 목조 아파트의 첫걸음
국내에서도 건축법상 목조 건물의 높이 제한 규정이 폐지되면서 고층 목조 건축 시대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해 지상 7층 규모의 산림복지종합교육센터가 성공적으로 준공된 데 이어,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벽식 구조를 채택한 목조 아파트 공사가 착공되었다. 총 130세대 중 일부 동의 18세대가 기단부를 제외한 벽과 바닥 전체를 나무로 짓는 파격적인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불에 타지 않고 지진에 강한 '공학 목재'의 비밀
나무 아파트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핵심 기술은 나뭇결을 직각으로 교차해 압착한 공학 목재 'CLT(직교 집성판)'에 있다. 이번 목조 아파트에 사용되는 7겹짜리 공학 목재는 철이나 콘크리트보다 단위 무게당 버티는 힘인 비강도가 훨씬 높다. 특히 불에 닿더라도 표면이 까맣게 탄화되면서 천연 보호막을 형성하기 때문에 내부 구조 체까지 불이 번지지 않아 화재 발생 시 대피 시간을 확보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
탄소 절감과 에너지 효율을 잡는 미래 건축
목조 건축은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 중립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건축 방식으로 꼽힌다. 콘크리트 제조 과정과 달리 나무는 탄소를 머금고 있어 환경 오염을 줄이며, 소재 자체의 열전도율이 낮아 단열 성능이 뛰어나므로 냉난방 에너지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이는 전통 한옥의 지혜를 현대 기술로 재해석하여 가장 미래지향적인 주거 공간을 창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첫 목조 아파트 건설은 콘크리트 공화국이라 불리던 한국 주택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기술적 안전성이 검증되고 친환경 가치가 입각된 만큼, 향후 제도적 지원과 소비자 인식 개선이 동반된다면 목조 공동주택의 보급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