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이미지


정부가 서울 등 수도권 토지거래허가구역(이하 토허구역) 내 주택 거래의 실거주 의무를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합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도 매수 후 즉시 입주하지 않아도 돼, 거래 숨통이 트일 전망입니다.

■ '세입자 낀 집' 빗장 푼 정부
국토교통부는 2026년 5월 12일, 토허구역에서 임대 중인 주택을 거래할 경우 임대차 계약이 끝날 때까지 매수자의 입주 의무를 유예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전까지는 다주택자 보유 주택에 한해 일부 유예가 적용되었으나, 이번 조치로 대상을 ‘비거주 1주택을 포함한 세입자 있는 모든 주택’으로 확대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특정 매도자에게만 기회가 주어졌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거래 절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실수요자 중심의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보완책을 내놓은 것입니다. 다만, 약속된 기간 내에 입주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취득가액의 최대 1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이 매년 부과될 수 있으며, 악의적인 경우 허가가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

■ LTV 40%의 벽…'현금 부자'만 유리?
정책 완화에도 불구하고 실제 거래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규제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매매가 12억 원인 아파트에 전세 보증금 7억 원이 있다면, 전세가율이 LTV 40%(4.8억 원)를 초과해 매수 시 주택담보대출을 전혀 받을 수 없습니다. 매수자는 최소 5억 원의 자기 자본을 확보해야 합니다.
2년 후 세입자가 나갈 때도 문제입니다. 매수자는 세입자에게 7억 원의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지만, 정부가 지원하는 전세자금 퇴거대출 한도는 최대 1억 원에 불과합니다. 결국 나머지 6억 원 역시 자기 자본으로 충당해야 합니다. 정부 관계자는 "대출 완화를 통해 수요를 자극하기보다 자금 여력이 있는 실수요자가 구입하는 것이 맞다"며, 매수자의 신중한 자금 계획을 당부했습니다.

■ 시장 안정 효과는 '글쎄'…형평성 강조
정부는 이번 조치의 제1 목표가 '매물 출회 유도'가 아닌 '형평성 해소'에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비거주 1주택자 등 그동안 매도 기회를 갖지 못했던 이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차원이라는 설명입니다.
전문가들은 높은 자금 조달 장벽으로 인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금 동원력이 충분한 일부 매수자에게만 유리한 ‘반쪽짜리’ 완화책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부는 공급 확대를 통해 장기적인 시장 안정을 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단기적인 시장 불안과 전월세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