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임대차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재계약 관련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묵시적 갱신’과 ‘계약갱신청구권’의 법적 효력과 차이를 명확히 인지하지 못해 금전적 손실을 보는 사례가 빈번하다. 두 제도는 계약을 연장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권리의 발생 요건과 임차인의 추후 권리 보존 여부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침묵’이 만드는 자동 연장, 묵시적 갱신
묵시적 갱신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계약 조건에 대해 별도의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을 때 기존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되는 제도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대인은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임차인은 만료 2개월 전까지 갱신 거절이나 조건 변경 등의 통지를 하지 않으면 성립된다.
묵시적 갱신이 되면 계약 기간은 2년으로 간주되며, 보증금과 월세 등 모든 조건은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된다. 이 상태에서 임차인은 언제든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으며, 통지 후 3개월이 지나면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반면 임대인은 2년의 계약 기간 동안 임의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어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이 높게 보장된다.
■ 임차인의 적극적 권리, 계약갱신청구권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적극적으로 계약 연장을 요구하는 권리다. 임차인은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에 1회에 한해 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분쟁 예방을 위해 문자 메시지나 내용증명 등 증거를 남겨두는 것이 안전하다.
임대인은 임차인의 갱신 요구를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본인 또는 직계존비속의 실거주, 임차인의 2기분 월세 연체, 주택의 대규모 철거·재건축 등 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갱신 시 임대료는 기존 금액의 5% 범위 내에서만 인상할 수 있다.
■ 결정적 차이: ‘갱신요구권’ 소진 여부
두 제도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횟수 보존’ 여부다. 묵시적 갱신으로 계약이 연장된 경우는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임차인은 묵시적 갱신으로 2년을 거주한 뒤, 계약 만료 시점에 다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추가로 2년을 더 거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임차인 입장에서는 계약 만료 2개월 전까지 임대인에게서 별다른 연락이 없다면, 먼저 갱신을 요구하기보다 묵시적 갱신이 되도록 기다리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
■ 중개보수와 실무 대응, 이것만은 기억해야
계약 갱신 후 임차인이 2년의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퇴거할 경우 발생하는 중개보수는 누가 부담해야 할까. 묵시적 갱신과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두 경우 모두, 임차인이 해지를 통보하고 3개월이 지나면 법적으로 정상적인 계약 종료로 간주된다. 따라서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기 위한 중개보수는 원칙적으로 임대인이 부담해야 한다. 임대차 계약 당사자들은 ▲계약 만료일 기준 D-6개월, D-2개월 등 핵심 날짜 확인 ▲문자, 내용증명 등 의사표시 증거 확보 ▲해지 통보 후 3개월의 효력 발생 기간 숙지 등 실무 절차를 꼼꼼히 챙겨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