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챗GPT 이미지 제작 참고 사진
개인 투자자들의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가 급증하면서 증권사에서 빌린 돈으로 주식을 매수했다가 반대매매를 당한 뒤에도 빚을 모두 갚지 못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주식시장 상승기에 레버리지를 확대했던 투자자들이 급격한 시장 조정을 맞으면서 손실뿐 아니라 채무까지 떠안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국내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개인 투자자의 반대매매 직후 발생한 미상환 원금은 총 377억9575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74억5588만원과 비교하면 약 5.1배 증가한 규모다.
조사 대상은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메리츠증권·삼성증권·KB증권·키움증권·하나증권·신한투자증권·대신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이다.
■ 주식 다 팔았는데도 빚이 남았다
미상환 원금은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가 주가 하락으로 반대매매를 당했지만, 보유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고도 대출 원금을 모두 갚지 못하면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증권사에서 빌린 돈을 포함해 주식을 매수한 뒤 주가가 급락하면 증권사는 담보비율을 맞추기 위해 투자자의 주식을 강제로 매도할 수 있다. 문제는 주가가 너무 빠르게 떨어질 경우다. 주식을 처분한 금액이 빌린 돈보다 적으면 주식은 사라졌지만 투자자에게는 갚아야 할 빚이 남게 된다.
다만 이번 통계는 반대매매 직후 발생한 미상환 원금을 합산한 수치다. 이후 투자자가 현금을 추가 납입하거나 증권사가 채권을 회수하면 실제 남아 있는 채무 규모는 감소할 수 있다.
■ 6월 한 달에만 131억원…시장 급락에 반대매매 집중
월별 흐름을 보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시기에 미상환 원금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올해 1월 55억132만원이었던 미상환 원금은 4월 19억9621만원, 5월 24억8552만원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6월 들어 131억1467만원으로 급증했고 7월에도 88억1640만원이 발생했다.
특히 6월 증시가 짧은 기간 급격한 조정을 받으면서 대규모 반대매매가 발생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상승장에서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신용거래를 늘렸던 개인 투자자들이 갑작스러운 하락장을 맞으면서 담보비율을 유지하지 못했고, 반대매매 이후에도 원금을 모두 상환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한 것이다.
■ 신용거래융자 38조원 돌파…‘빚투’ 사상 최대
증시 상승과 함께 개인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투자 규모 역시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24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8조632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이다. 주가가 상승할 때는 자기자본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 역시 빠르게 확대된다.
특히 일정 수준 이하로 담보비율이 떨어질 경우 증권사가 투자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보유 주식을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다.
올해 1~7월 미상환 원금이 발생한 계좌는 총 7251좌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136좌와 비교하면 약 2.3배 증가했다.
다만 동일한 계좌에서 미상환 원금이 여러 차례 발생할 수 있어 해당 수치를 실제 투자자 수로 볼 수는 없다.
■ 미상환 원금 절반 이상 키움증권에 집중
증권사별로는 키움증권의 미상환 원금 규모가 가장 컸다.
키움증권에서 발생한 미상환 원금은 206억8504만원으로 전체의 54.7%를 차지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이 61억2047만원, 삼성증권이 48억2509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반대매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미수금 잔고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0개 증권사의 미수금 잔고는 올해 5월 1조1953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고, 7월 말에는 1조3510억원까지 증가하며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수금 역시 특정 증권사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키움증권의 미수금 잔고는 6500억원으로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1850억원, 한국투자증권은 1835억원으로 집계됐다.
■ 상승장 끝에서 드러난 ‘빚투의 위험’
최근 나타난 미상환 원금 증가는 단순히 반대매매 규모가 커졌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주가가 빠르게 상승할수록 투자자들은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신용거래를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레버리지가 과도하게 쌓인 상황에서 시장이 급격히 방향을 바꾸면 손실은 훨씬 빠른 속도로 확대될 수 있다.
특히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원하는 가격이나 시점을 선택해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 아니라 증권사가 담보 확보를 위해 강제로 처분하는 구조다. 급락장에서 매도가 집중될 경우 낮은 가격에 주식이 처분되면서 원금조차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올해 들어 신용거래융자와 미수금이 동시에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된 가운데 반대매매 이후에도 남는 미상환 원금까지 급증하면서 개인 투자자의 레버리지 투자 위험에 대한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증시가 상승할 때는 ‘빚투’가 수익을 확대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시장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 투자자는 보유 주식뿐 아니라 추가 채무까지 떠안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