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인쇄소와 조명 상가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서울 중구 을지로 3가 골목길. 겉으로 보기엔 허름한 철문이지만 계단을 올라 문을 열면 재즈 선율과 은은한 조명이 흐르는 와인바와 디저트 카페가 펼쳐진다. 이른바 '힙지로'라 불리는 이 골목 상권은 불황 속에서도 주말마다 수만 명의 2030 세대를 끌어모으며 도시 재생의 롤모델로 자리잡았다.

■ 간판도 없는 4층 꼭대기 매장에 웨이팅 줄이 늘어서는 까닭
과거 상가 시장의 절대 공식이었던 '대로변 1층, 화려한 간판, 넓은 전면'의 법칙이 무너지고 있다. SNS로 정보를 탐색하고 공간의 오리지널리티(독창성)를 소비하는 젊은 고객들에게는 '찾아가기 힘든 비밀 아지트' 같은 스토리가 오히려 강력한 방문 동기가 된다. 인쇄소 골목 옥상이나 낡은 다방을 개조한 F&B 매장들이 대표적인 예다.

■ 앵커 맛집 1개가 낡은 건물 5개 동 공실을 지운다
독보적인 팬덤을 거느린 개성파 식당이나 베이커리가 입점하면, 그 낙수효과는 골목 전체로 퍼져나간다. 실제로 을지로와 문래동 창작촌 등지에서는 유명 베이커리 팝업이나 바가 들어선 이후 주변 2~3층 빈 점포들이 소품샵, 빈티지 의류점, 가죽 공방 등으로 줄줄이 채워지며 일대 공실률이 제로에 가깝게 떨어지는 현상이 입증됐다.

■ 상생 없는 젠트리피케이션 경계해야 지속 가능
그러나 청년 기획자들과 창업가들이 피땀 흘려 키워놓은 상권에 건물주들이 무리하게 임대료를 올리면서 상권의 활기를 갉아먹는 악순환은 여전히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독창적인 콘텐츠를 가진 창업자와 건물주가 상생 협약을 맺고 장기 임차를 보장할 때만이 골목의 생명력이 오래 유지될 수 있다.

■ 향후 트렌드 및 전망
소비자들은 더 이상 획일화된 프랜차이즈 매장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 지역의 고유한 역사와 스토리가 묻어나는 골목 상권과 로컬 F&B의 결합은 침체된 구도심 상업용 부동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지속 가능한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