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 늪 빠졌는데 임대료는 꿋꿋… '건물값 하락 공포'가 만든 기현상

자영업 경기 악화와 소비 위축으로 전국 주요 상권의 상가 공실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가 임대료는 오히려 내리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이어가는 기이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가격이 조정되어야 하는 시장 논리가 상가 임대 시장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임대료 하향 경직성'의 배경에 임대료 인하가 곧 건물 매매가격 및 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부동산 시장의 평가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 공실률 솟구쳐도 표면 임대료 '어정쩡한 동결'… 기형적 시장 지속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는 점포가 비어 있는 기간이 6개월 이상 장기화되더라도 명목 임대료를 낮추지 않는 임대인들이 늘고 있다. 전국 집합상가 및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이 유의미하게 높아지고 있음에도, 표면 임대료 지수는 하락폭이 매우 제한적이거나 보합세를 유지하는 기형적 구조를 보인다. 이는 신규 임차인을 찾지 못해 임대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계약서상 표기되는 임대료 단가는 반드시 사수하려는 임대인들의 전략적 선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 '임대료 내리면 건물값 깎인다'… 수익률 평가 방식이 만든 착시
상가 임대료가 공실 속에서도 내리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상업용 부동산의 자산가치 산정 방식에 있다. 상가 매매가는 '월 임대료 수익 ÷ 기대 수익률' 방식으로 산출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월 임대료를 100만 원에서 80만 원으로 20% 인하할 경우, 연간 수익 감소폭 대비 건물의 매매가치는 억 단위로 폭락하게 된다. 특히 금융기관에서 상가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임대인의 경우, 임대료 인하로 자산 평가액이 낮아지면 대출금 일부 상환 압박(LTV 하락)이나 금리 인상 불이익을 받게 되므로 명목 임대료를 내릴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 렌트프리 편법 활개 속에 공실 장기화… 상권 침체 악순환
이에 따라 임대 시장에서는 표면 임대료를 유지하는 대신 계약 기간 중 3~6개월간 임대료를 면제해 주는 '렌트프리'나 인테리어 비용 지원 등 우회적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착시책은 실질 임대료 부담을 완화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초기 자본이 부족한 자영업자들의 진입 장벽을 여전히 높게 유지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높은 명목 임대료 버티기가 신규 출점을 막고, 이는 상권 전체의 유동 인구 감소와 추가 공실 발생이라는 상권 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 공실뉴스 시장전망 & 체크포인트

고금리와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상가 임대료의 하향 경직성은 당분간 지속되며 상권 양극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대인은 자산가치 방어만을 고집하기보다 렌트프리 기간 및 원상복구 조건을 명확히 한 특약을 활용하여 실질 유치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중개사와 투자자는 표면 임대료에 속지 말고 렌트프리가 반영된 실질 임대 수익률과 해당 상가의 담보대출 유지 가능 여부를 면밀히 검증해야 공실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