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여파와 자금시장 경색이 지속되면서 서울 핵심 권역의 상업용 빌딩 시장에서도 기존 매수가 이하로 처분하는 '손절매(손실 매각)'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시중은행의 대출 규제 강화와 금융비용 증가로 임대수익률이 대출 금리를 밑도는 '역역세' 현상이 심화되면서, 자산가들과 법인들이 금융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매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6년 홀딩에도 22억 손실'… 고금리·대출 규제에 손절매 속출
최근 거래가 체결된 서울 주요 지역의 146억 원 규모 상업용 빌딩의 경우, 매도인이 6년 전 매입했던 금액 대비 약 22억 원 하락한 수준에서 계약이 성사됐다. 취득세와 법무비용 등 거래 부대비용과 그동안 지급한 이자 비용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손실 폭은 훨씬 클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과거 하비스트 투자로 불리던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시세차익 기대감이 꺾이고, 현금 흐름 확보를 우선시하는 시장 흐름이 반영된 결과다.

■ 임대수익률 하락에 금융비용 부담… '공실 이중고'에 매물 쌓인다
부동산 자산관리업계에 따르면 서울 중소형 빌딩의 평균 임대수익률은 연 2~3%대에 머무르는 반면,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금리는 연 4~5%대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 둔화로 인한 오피스 및 상가 공실률 상승이 겹치면서 매달 발생하는 임대수익만으로는 대출 이자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만기가 도래한 대출의 연장이나 대환이 불가능해진 소유주들이 고육지책으로 매매가를 낮춰 시장에 매물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 자산 양극화 심화… 핵심지 프라임 자산만 매수세 유입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반의 침체 속에서도 입지와 임차 구성에 따른 양극화 양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테헤란로나 여의도, 광화문 등 핵심 권역의 프라임 오피스는 우량 임차인 유치로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는 반면, 외곽 지역이나 노후된 중소형 빌딩은 공실 위험과 매매가 하락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금리 인하 신호가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선옥석 가리기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공실뉴스 시장전망 & 체크포인트

당분간 고금리 기조 유지와 대출 심화 규제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매물 적체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대인은 장기 공실을 방지하기 위해 렌트프리(무상임대) 제공 등 적극적인 임차인 유치 전략을 마련하고, 중개사와 투자자는 매수 시 단순 시세차익보다 실질 임대수익률과 금융비용 감당 능력을 최우선으로 검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