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대차 계약 과정에서 임차인 명의와 실제 사업장 운영자가 달라 발생하는 '무단 전대(轉貸)' 논란에 대해 법원이 실질적 경영 주체와 경제공동체 관계를 인정하는 엄격한 판결을 내렸다. 대구지방법원은 어머니 명의로 임대차 계약을 맺은 상가에서 아들이 실제 영업을 이어온 사안에 대해, 임대인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임차인의 손을 들어줬다.

■ '가족 간 무단 전대 아니다'… 법원, 실질적 경제공동체 인정
대구지방법원 민사부는 임대인 A씨가 임차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건물 인도 청구 소송에서 임대인의 청구를 최종 기각했다고 밝혔다. 임대인 A씨는 임차인 B씨의 아들이 해당 상가를 독자적으로 운영하며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으므로, 이는 임대인의 동의 없는 '무단 전대'에 해당해 임대차 계약 해지 사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와 그 아들이 생계를 함께하는 경제공동체로서 해당 상가를 실질적으로 공동 관리 및 운영해온 점을 들어 임대인의 주장을 배척했다.

■ 임대인 신뢰 침해 여부가 핵심… 단순 명의 차이로 해지 불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및 민법상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임차물을 전대한 경우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 확립 판례에 따르면 임차인의 변경이 임대인에 대한 배신적 행위라고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해지권 행사가 제한된다. 법원은 이번 사안에서 아들의 상가 운영이 임대인 A씨의 정당한 법적 이익이나 신뢰 관계를 해치지 않았으며, 임대료 및 관리비가 차질 없이 지급되어 온 점을 근거로 임대인에 대한 배신적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 자영업 현장 '명의 불일치' 관행… 계약 체결 시 특약 작성 필수
자영업 현장에서는 대출, 절세, 건강보험료 등 행정적·재정적 이유로 부모나 배우자 명의로 계약을 체결한 뒤 가족 구성원이 실질적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사례가 매우 빈번하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실질적 운영 관계를 인정받은 구체적 사례라면서도, 모든 가족 간 명의 불일치가 무단 전대 예외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당부했다. 실운영자와 명의자가 독립 생계를 유지하거나 법인 형태로 전환된 경우에는 여전히 법적 분쟁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계약 시 '가족 실운영 허용 특약'을 명시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공실뉴스 시장전망 & 체크포인트

고금리와 경기 침체 장기화로 자영업 시장 내 가족 경영 형태의 상가 운영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임대인은 계약 체결 시 실제 사업자등록 명의와 실경영자를 대조하여 명의 불일치 여부를 사전 확인해야 한다. 임차인과 공인중개사는 계약서 작성 시 '직계가족의 실경영은 전대차로 보지 않는다'는 명문 특약을 삽입하거나, 사업자등록 명의 변경 시 임대인의 서면 동의를 받는 절차를 이행함으로써 명의 불일치로 인한 계약 해지 및 법적 분쟁 위험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